10년마다 두 배 늘어나는 돈, 연 7%가 본전인 이유(통화량 5500조가 말해주는 것, 돈이 나오는 수도꼭지 세 개, 7% 기준선의 빈틈, 변동성이 갉아먹는 수익률, 내 계좌에 적용하는 순서)

2026.09.02 · ◗ 8분

1달러 지폐 뒷면에 새겨진 피라미드와 독수리 문양
사진: 작자 미상 / rawpixel (CC0)

한 줄 요약

우리나라 통화량은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왔다. 왜 가만히 있으면 재산 순위가 뒤로 밀리는지, 연 7%라는 기준선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부터 빗나가는지를 정리했다.

통장 잔액은 작년보다 조금 늘었는데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 수는 오히려 줄었다. 이런 경험은 개인의 씀씀이 문제로 넘기기 쉽지만, 사실은 개인의 통제 범위 밖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나라 전체에 풀려 있는 돈의 양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은 왜 늘어나고, 늘어나는 속도를 못 따라가면 정확히 무슨 일이 생기는가. 그리고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화량이 10년마다 두 배가 된다는 말의 진짜 의미

여러 장 겹쳐진 미국 100달러, 50달러 지폐
사진: 작자 미상 / rawpixel (CC0)

가만히 있으면 부자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론이다. EBSCulture(EBS 교양) 채널의 「진짜 아무것도 몰라도 알아두면 돈 버는 공부|이진우와 경제 마스터 1편」(https://www.youtube.com/watch?v=45BACPG6jPQ)은 1시간 31분 분량의 강의를 통화량, 리스크, 금리와 환율 세 갈래로 나눠 다룬다. 세 강의 중에서 가장 값진 대목은 첫 번째다. 재테크 방법론을 알려주는 대목이 아니라, 재테크를 왜 해야 하는지를 숫자 하나로 설명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금융기관 유동성을 근거로 든다. 2024년 여름 기준 약 5,500조 원, 10년 전에는 그 절반인 약 2,700조 원, 20년 전에는 다시 그 절반인 약 1,250조 원이었다는 것이다.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1경 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뒤따른다. 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이 강의 전체의 축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10년에 두 배가 되는데 내 자산이 그대로라면, 절대 금액은 그대로여도 전체 안에서의 내 몫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약 1,250조원20년 전
약 2,700조원10년 전
약 5,500조원2024년 여름

이 논리의 힘은 재테크를 욕망이 아니라 방어로 재정의한다는 데 있다. 강연자는 투자를 잘해야 겨우 본전인 시대라는 표현을 쓴다. 더 벌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한 유지비라는 뜻이다. 재테크를 권하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수익률이나 성공 사례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계산의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실용적이다. 10년에 두 배는 연 복리로 환산하면 대략 7% 수준이고, 강연자도 연 7% 정도가 재산 순위를 유지하는 선이라고 말한다.

돈이 나오는 수도꼭지 세 개, 은행이 가장 굵다

기둥이 늘어선 고전 양식 은행 건물 외관
사진: Dave Meier / stocksnap (CC0)

돈이 늘어나는 통로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은행이고, 둘째는 한국은행이며, 셋째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달러다. 이 중 가장 굵은 것이 은행이다.

강의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설명이 은행 대목에 나온다. 은행이 예금 받은 돈으로 대출을 해준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은행은 금고에 돈이 있는지 확인하고 대출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심사한 뒤 그 사람 통장에 숫자를 기록해준다. 그리고 그 기록된 숫자 자체가 곧 새로운 예금이 된다. 대출이 나가는 순간 같은 금액의 예금이 함께 생기니 은행 입장에서는 재원이 모자랄 일이 구조적으로 없다. 대출 창구에서 오늘 준비한 돈이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증거로 제시된다. 결국 은행이 대출을 승인할 때마다 세상의 돈은 그만큼 늘어난다.

두 번째 통로인 한국은행은 양방향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고 국채를 발행하는 단계까지는 시중 자금이 정부로 이동할 뿐 총량이 늘지 않는다. 돈이 새로 생기는 지점은 은행이 그 국채를 담보로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받아오는 순간이다. 세 번째 통로인 외화 유입도 비슷하다. 외국인이 달러를 들고 들어와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원화가 새로 풀리고, 그 돈을 다시 달러로 바꿔 나가면 그만큼 사라진다. 세 통로를 각각 뜯어보면 하나도 쉽게 잠글 수 없는 것들이다. 은행이 대출을 멈추거나, 정부가 세수 안에서만 쓰거나, 무역 흑자가 사라지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답이 나온다. 통화량이 앞으로도 늘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연 7%라는 기준선의 빈틈

다우지수 차트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고 있는 손
사진: stepleton / flickr (CC BY)

연 7%라는 숫자는 목표로 삼기엔 편하지만 그대로 믿기엔 성긴 구석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화량이라는 총량 지표를 개인의 필요 수익률로 곧장 번역했다는 점이다. 통화량은 대출로 만들어진 돈까지 전부 포함한 총합이고, 그 돈이 5천만 명에게 고르게 배분되지 않는다. 새로 만들어진 돈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즉 이미 담보가 있는 사람 쪽으로 먼저 흘러간다. 강의에서 든 마을 사례부터가 그렇다. 집을 담보로 맡길 수 있었던 둘째 아들에게 돈이 생겼다. 자산이 없는 사람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국면에서 오히려 더 빠르게 밀린다. 그렇다면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수익률은 7%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강의는 이 지점을 건드리지 않는다.

세금과 비용이 빠져 있다는 것도 짚어야 한다. 연 7%는 명목 수익률이고,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은 매매 차익에 붙는 세금과 거래 수수료, 각종 보수를 뺀 뒤의 금액이다. 세후로 7%를 지키려면 세전 수익률은 더 높아야 한다. 여기에 투자 원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 더 아쉽다. 자산이 통화량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명제는 종잣돈이 이미 있는 사람에게만 실행 가능한 조언이다. 근로소득이 통화량 속도로 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데, 강의는 그 문제를 지적한 뒤 투자 쪽으로만 답을 낸다.

강의 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대목도 하나 있다. 강연자는 1986년을 기점으로 그린 그래프와 1990년을 기점으로 그린 그래프가 정반대 결론을 낸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시작점 하나가 이후의 성적을 다 결정해버린다고 말한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그런데 뒤에 가서는 코스피를 5년 보유하면 93%의 확률로 상승해 있더라는 통계를 제시한다. 앞의 논리를 뒤의 통계에 그대로 적용하면, 그 93%라는 숫자 역시 어느 구간을 잘라 계산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시작점의 힘을 강조해놓고 자기 통계에는 같은 잣대를 대지 않은 셈이다.

변동성이 수익률을 직접 갉아먹는다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부에 오른 롤러코스터 실루엣
사진: 작자 미상 / rawpixel (CC0)

크게 벌고 크게 잃는 것이 결국 본전이라는 감각은 틀렸다. 강의가 제시한 계산은 이 착각을 정면으로 깬다. 1억 원을 4년간 굴리면서 수익률이 +20%, -10%, +20%, -10%로 움직였다면 1억 1,664만 원이 된다. 같은 4년을 +50%, -40%, +50%, -40%로 굴리면 8,100만 원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뒤쪽은 벌 때 더 크게 벌었는데도 원금을 깎아먹는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이익과 손실의 폭만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과 자체를 낮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강의는 리스크와 데인저를 구분하자고 제안한다. 한 번의 결과로 파산이 결정되는 판은 데인저이고, 여러 번으로 쪼개서 통계가 작동하게 만든 판은 리스크다. 동전을 한 번 던져 5억 대 10억을 거는 게임은 이길 확률이 절반이어도 해서는 안 되고, 같은 게임을 500만 원 단위로 100번에 나눠 던지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구분이 실전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먼저다.

다만 횟수와 기간을 늘리라는 처방에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성립하려면 그 기간 동안 팔지 않고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버틸 수 있는지는 심리가 아니라 현금 흐름이 결정한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거나 자녀 학자금이 걸려 있거나 대출 상환일이 다가오면, 확률과 무관하게 하락 구간에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강의가 권하는 현금 비중 확보는 심리적 안정 장치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강제 매도를 막는 유동성 장치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5년을 버티는 사람과 5년을 버틸 수 없는 사람은 애초에 다른 게임을 하는 것이다.

총평: 진단에는 동의, 처방은 조건부 동의

동의하는 지점은 돈이 늘어나는 구조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은행이 대출을 승인하는 순간 예금이 함께 생겨난다는 설명, 은행·한국은행·외화라는 세 통로가 하나같이 쉽게 잠기지 않는다는 진단은 통화량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제 메커니즘으로 보여준다. 이 구조 위에서는 현금을 그대로 쥐고 있는 것도 사실상 손실이다. 전체 통화량이 10년마다 두 배가 되는데 내 자산이 그대로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안에서의 내 몫이 줄어든다는 계산은 반박하기 어렵다.

유보하는 지점은 연 7%라는 기준선과 그것을 실행하는 처방 쪽이다. 이 숫자는 총량 지표를 그대로 개인에게 옮긴 값이라, 담보로 쓸 자산이 이미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게 같은 무게로 적용되지 않는다. 세금과 매매 비용을 뺀 뒤에도 7%가 남으려면 세전 수익률은 더 높아야 한다는 점도 강의는 건드리지 않는다.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수익률은 7%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높은 숫자다. 변동성을 다루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같은 하락장에서도 몇 달치 생활비를 미리 떼어둔 사람과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은 버틸 수 있는 기간 자체가 다르고, 그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오늘 바로 할 일 3가지

  1. 상환 중인 대출 금리와 목표 수익률 7%를 비교한다.
  2. 몇 달치 생활비를 투자 자금과 분리해 따로 확보한다.
  3. 남은 돈은 한 번에 넣지 말고 시점과 대상을 나눠 분할 매수한다.

돈의 양이 늘어나는 흐름은 개인이 바꿀 수 없지만, 그 흐름 위에서 내 자산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는 바꿀 수 있다. 다만 연 7%라는 숫자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할 기준으로 삼기보다, 내 대출 금리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부터 먼저 적어보는 편이 순서에 맞다.

EBSCulture (EBS 교양) www.youtube.com ·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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