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연금저축·IRP 채우는 순서 1·2·3(ISA가 1등인 이유, 세액공제를 일부러 안 받는 전략, IRP가 꼴찌인 두 가지 단점, 중도해지 16.5%의 값, 순서가 뒤집히는 소득 구간)

한 줄 요약
ISA·연금저축·IRP는 한도를 나란히 채우는 계좌가 아니라 순서를 정해 채우는 계좌다. 왜 ISA가 먼저이고 IRP가 마지막인지, 중도해지의 실제 대가가 얼마인지 정리했다.
증권사 앱에서 계좌 개설 화면을 열면 ISA와 연금저축, IRP가 한 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세 개 모두 세금을 덜 내게 해준다고 적혀 있으니, 여유가 되는 대로 하나씩 만들어 두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세 계좌는 성격이 전혀 다르고, 순서를 잘못 잡으면 넣은 돈이 55세까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절세 계좌를 고를 때 진짜 질문은 「어디가 더 많이 깎아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채우느냐」다.
영상이 내놓은 순서는 ISA, 연금저축, 그리고 마지막이 IRP다

세 계좌의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매긴 자료는 흔치 않다. CBS 경제연구실이 올린 「모르면 돈 묶인다: ISA·연금저축·IRP 차이와 우선순위 총정리」(https://www.youtube.com/watch?v=p6teCdyqRqk)는 김현우 행복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을 불러 이 순서를 숫자까지 붙여 못 박는다. 1등은 ISA, 2등은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고 쓰는 연금저축, 3등은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 그리고 꼴찌가 IRP다. 은퇴 전에 만들어야 할 통장 네 개를 다룬다는 기획이지만, 결론은 「네 개를 다 만들지 말라」에 가깝다. 보험사가 파는 세제 비적격 연금은 아예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셋도 등수를 매겨 아래쪽은 굳이 손대지 말라고 정리한다.
같은 영상에서 소장이 밝힌 등수의 근거는 단순하다. ISA는 계좌 안에서 사고파는 동안 세금이 붙지 않고, 3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면 발생한 수익 중 200만 원까지 비과세, 나머지는 9.9%로 분리과세되고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민형은 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이하 또는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5,500만 원 이하일 때 가입할 수 있고 비과세 한도가 더 높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ISA에 대해서만 "안 만들 이유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 반대로 IRP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어 안전자산 30%를 깔고 가야 하고, 부분 인출이 되지 않아 3,000만 원이 급하면 1억 원을 통째로 깨야 하며, 담보대출도 막혀 있다는 두 가지 단점을 든다.
숫자로 된 순위는 그 자체로는 조언이 아니다. 세금을 얼마나 아끼느냐가 아니라 그 돈에 언제 다시 손댈 수 있느냐가 이 순위표의 진짜 기준이다. 세액공제 한도를 다 채웠는지가 아니라 유동성을 얼마나 남겼는지로 등수를 매긴 것이다. 이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면 순위표만 외우게 되고, 자기 상황에서 순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세액공제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다는 발상

2등 자리에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연금저축」이 들어간 대목이 이 영상에서 가장 낯선 부분이다. 연금저축을 만들되 연말정산에서 공제 신청을 하지 않는 방식인데, 소장은 이 경우 13월의 보너스도 없지만 대신 페널티도 없다고 설명한다. 공제를 받지 않으면 55세 이후 10년 이상 나눠 받아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 나중에 계좌를 정리할 때 원금에는 세금이 없고 수익 난 부분에만 16.5%가 분리과세로 붙는다는 것이다.
이 발상이 성립하는 이유는 연금저축의 혜택이 두 겹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세액공제이고 다른 하나는 계좌 안에서 사고팔 때 세금이 이연되는 효과다. 세액공제를 포기하면 앞의 것만 사라지고 뒤의 것은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자산이 쌓일수록 실제로 무거워지는 쪽은 뒤의 것이다. 영상에서 소장은 국내에 상장된 해외 지수 ETF의 매매차익에 15.4%가 과세되고, 이자와 배당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세율이 올라가며, 건강보험료 쪽은 그 기준이 1,000만 원이라고 짚는다. 매매를 반복하는 사람일수록 매년 새는 이 세금이 한 해 몇십만 원짜리 공제보다 커진다.
세액공제를 「미래 세금의 당겨쓰기」로 규정한 관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반 금융상품은 이자와 배당에만 세금을 물리지만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은 원금에도 과세된다는 것이 소장의 설명이다. 지금 돌려받는 환급금이 공짜가 아니라 60세 이후에 낼 세금을 미리 받아오는 것이라면, 그 돈을 소비해 버리는 순간 순수한 손해가 된다. 그래서 공제를 받을 거면 환급금을 반드시 재투자하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조건을 지키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공제를 아예 신청하지 않는 쪽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돈이 묶인다'는 말에는 정해진 값이 있다

제목의 「돈 묶인다」는 비유가 아니라 계산 가능한 금액이다.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저축과 IRP는 55세 이후 10년 이상에 걸쳐 나눠 받아야 하고, 소장은 2023년에 공식이 바뀌어 마지막 해에 몰아 받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간 수령액이 1,500만 원을 넘으면 세율이 다시 올라간다는 설명도 덧붙는다. 그전에 돈이 필요해 계좌를 깨면 연금 외 수령으로 처리돼 16.5%가 붙는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의 요양, 개인회생과 파산, 천재지변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연금소득세율인 3.3~5.5%로 낮춰주지만, 전세보증금은 한 회사에서 한 번만 인정된다는 제약이 있다.
이 숫자들을 한 줄로 이으면 결론이 나온다.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비율과 중도해지 때 물어내는 비율의 차이가 유동성의 가격이다. 몇 년치 공제를 받고 중간에 깨면 받은 것보다 더 토해내는 구조이므로, 실질적으로는 그 계좌에 넣은 돈 전체를 만기까지 잠근 셈이 된다. 사회초년생에게 월 5만~10만 원을 넘기지 말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급 250만 원인 사람이 공제 한도를 채우겠다고 월 50만 원씩 넣으면 결혼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깨게 되고, 그때 물어내는 금액이 그동안 받은 공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IRP의 두 단점은 이 잠금장치를 한 겹 더 두른다. 부분 인출이 안 된다는 것은 1억 원 중 3,000만 원만 손해를 감수하고 빼는 선택지조차 없다는 뜻이고, 담보대출까지 막혀 있으니 돈을 묶어둔 채 급전을 마련할 우회로도 없다. 연금저축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은 세액공제 계좌라도 성격이 다르다. 55세가 되면 연금저축과 IRP 사이의 상호 이전이 가능해진다는 언급이 있지만, 그 시점은 이미 자금이 풀리는 나이다. 20대나 30대가 IRP를 먼저 채우는 것은 잠금장치 하나를 덤으로 더 거는 일에 가깝다.
아쉬운 지점 - 이 순서는 소득과 자금 사용 시기에 따라 뒤집힌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우선순위가 하나의 표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영상 안에도 순서가 뒤집히는 조건이 분명히 등장한다. 고소득 전문직은 세액공제 한도를 풀로 채운다고 언급하고, 연말정산에서 매년 토해내는 사람이라면 공제를 받는 편이 낫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이 예외가 결론의 순위표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IRP 꼴찌」라는 결론만 가져간 시청자는 자기 소득 구간에서 정반대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를 놓치게 된다.
순서를 뒤집는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한계세율이다. 세액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실질 가치가 커지는 반면, ISA의 저율 분리과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상대적 이득이 더 커지는 구조가 아니다. 소득이 충분히 높고 55세 이전에 그 돈을 쓸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IRP가 꼴찌일 이유가 약해진다. 둘째는 자금 사용 시기다. 3년 안에 쓸 돈이라면 ISA조차 최선이 아니다. ISA의 비과세 혜택은 3년 이상 유지를 전제로 하고, 만기 전에 해지하면 혜택 없이 일반 계좌와 같아진다. 반대로 55세까지 절대 손댈 일이 없는 은퇴 자금이라면, 묶인다는 단점은 애초에 비용이 아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ISA를 「무조건」으로 정리한 부분이다. 같은 영상 뒷부분에서 소장은 ISA를 해지할 때 한 번은 팔아 수익을 확정해야 하고, 팔지 않은 채 해지하면 지금까지의 수익은 0으로 계산돼 혜택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계좌 자체는 폭파되지 않고 일반 계좌로 남지만, 비과세 딱지를 떼는 순간의 손익만 카운팅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은 「만들기만 하면 된다」와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것은 무조건이어도 혜택을 받는 것은 무조건이 아니며, 이 구분이 결론 부분에서 다시 강조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만기 후 60일 이내에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연금저축 납입한도와 무관하게 넣을 수 있고 이전 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더 받는다는 설명 역시, 실행 조건이 붙는 이야기라 순위표 한 줄로는 담기지 않는다.
총평: 진단에는 동의, 처방은 조건부 동의
동의하는 지점은 순위를 매기는 기준 자체다. ISA를 가장 먼저 채우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연금저축을 그다음에 두는 순서는 세금을 얼마나 아끼느냐가 아니라 언제 돈에 다시 손댈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다. 세액공제를 「미래 세금의 당겨쓰기」로 규정하고, 환급금을 재투자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도 근거가 분명하다.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은 별개의 혜택이고, 자산이 쌓일수록 실제로 무거워지는 쪽은 공제가 아니라 과세이연 쪽이라는 지적은 정확하다.
유보하는 지점은 이 순위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옮기는 부분이다. 영상 스스로도 고소득 전문직은 세액공제 한도를 풀로 채우는 편이 낫다고 밝히지만, 이 예외는 「IRP 꼴찌」라는 결론 문장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한계세율이 높고 55세 이전에 쓸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세액공제의 실질 가치가 커지므로, 순위표를 그대로 옮기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3년 안에 쓸 돈이라면 1등으로 꼽힌 ISA조차 최선이 아니라는 점도 결론에서는 지워진다. 이 순위는 대다수 직장인의 자금이 3~10년 구간에 몰려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하고, 소득과 자금 사용 시기라는 전제가 달라지면 순서도 통째로 바뀐다.
오늘 바로 할 일 3가지
- 모으는 돈을 3년 안·3\~10년·55세 이후로 나눠 만기표를 만든다.
- 연말정산 환급금을 재투자할지 답한 뒤 세액공제 신청 여부를 정한다.
- IRP를 열기 전에 부분 인출과 담보대출이 막혀 있다는 제약을 확인한다.
절세 계좌의 순위표는 정답이 아니라 유동성을 기준으로 짠 하나의 배열일 뿐이다. 소득 구간과 자금을 쓸 시점이 다르면 같은 표 위에서도 맞는 순서가 달라진다. 계좌 이름을 외우기 전에, 지금 모으는 돈이 언제 필요한 돈인지부터 종이에 적어보는 편이 순위표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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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제로 쓴 글을 한곳에 모아뒀습니다.